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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story: 고무창에 문화를 담은 브랜드 '반스'이야기brand 2023. 3. 28. 21:41반응형
brand story: 고무창에 문화를 담은 브랜드 '반스'이야기
굳이 스니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반스의 신발을 한 번도 안 신어본 이는 적지 않을 것이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까지,
반스는 반세기 넘게 많은 이들의 발을 책임져주고 있다.
저렴하고 컬러가 다양한 신발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 반스이지만
반스를 조금 깊게 좋아해 본 이라면 반스가 얼마나 문화에 '진심'인 브랜드인지 알 것이다.
오늘은 고무창에 문화를 담아 파는 브랜드 VANS의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다.
'1966, Anaheim, California'
1966년 애너하임 뒷골목에서 시작된 반스의 첫 모습은
반도레 러버 컴퍼니(van doren rubber company)라는 이름의 신발 제조업체였다.
형제인 폴 반도렌과 제임스 반도렌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도움을 주었던 동업자들과 시작한 반도렌 러버 컴퍼니는 반 도렌 패밀리의 가업이기도 했다.
반 도렌 형제들은 이미 Randolph Rubber company라는 신발 제조업체에서
오랜 기간 일을 했었고 형제의 부모님 또한 신발 공장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반 도렌 가족들에게 스니커는 떼놓으래야 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에너하임에서 반 도렌 형제가 자신들만의 신발 회사를 차린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 반 도렌 러버 컴퍼니의 초창기 슬로건은 'Canvas Shoes for the Entire Family'였다.)
초창기 반스는 오더메이드 시스템을 통해 신발을 판매했다.
제조공장과 매장을 한 곳에 보유하고 있던 자신들의 독특한 점을 잘 이용한 셈이다.
매장에 빈 상자를 둔 채 오픈을 하고
고객이 주문을 하면 바로 옆에 있는 제조공장에서 신발을 만드는 이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신박한 방식인데.
이러한 오더메이드의 특성 덕분에 반스는 재고 부담 없이 신발을 팔 수 있었고
소비자가 원하는 컬러로 신발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가능했다.
캔버스 천으로 만든 평범한 신발이었지만
저렴하고 튼튼한 반스의 신발들은 다양한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반 도렌 형제는 빠르게 매장을 늘려나갔다.
사업초기 그들의 비즈니스 방식은
우선 신발을 많이 팔자였고 창업 후 1년이 지났을 때
반스의 매장은 이미 5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반도렌 형제는 이때를 회상하며 새로운 매장을 차리는데 1주일이면 충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너하임의 뒷골목에서 가족 비즈니스로 시작된 반스는
전 세계적인 스니커 브랜드로 성장했고
벌커나이즈 신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되었다.
초창기 그들의 슬로건처럼'Canvas Shoes for the Entire Family'가 실현된 셈이다.
시작과 끝은 이제 알았으니
지금부턴 그 과정들을 살펴보자
'skate'
반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케이트보드다.
평소 반스에 아예 관심이 없던 이라면 스케이트보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스의 로고에서도 보이듯이 스케이트보드와 반스는 언제나 함께였다고 해도 될 만큼 연관성이 깊다.
반스의 초기 대표 모델은 스타일 44로 불리던 데크슈즈였다.
튼튼한 캔버스와 미끄러짐은 방지한 고무 밑창을 사용한 데크슈즈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수요가 있었는데
바로 스케이터였다.
스케이트보드는 기능성 신발이 필요한 스포츠는 아니었지만
그립테이프가 덮인 데크에서 트릭을 구사하면 신발이 굉장히 빨리 닳았기 때문에
스케이터들은 저렴하면서도 튼튼한 신발을 찾아 헤맸다가 반스를 찾아낸 것이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서핑과 스케이트 문화가 발단한 지역이기에
스케이터들이 반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반스는 오더메이드 시스템으로 고객이 원하는 색상으로 신발을 만들어 주었기에
개성 넘치는 보더들의 발에는 항상 반스가 함께 했다.
전설적인 스케이터 토니알바는 학교가 끝나면 반스 매장으로 달려가
신발을 한 짝씩 구매하곤 했다.
스케이트보더는 스탠드에(어느 쪽 발을 앞에 두고 보드를 타는지) 따라
한쪽 신발이 먼저 닳는데 반스는 이런 점을 알고 스케이터들에게 한 짝씩도 신발을 판매한 것이다.
고객과 브랜드로 시작된 스케이터와 반스의 유대관계는 점점 깊어졌고
반스는 단순히 신발을 판매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스케이터들의 스폰서가 되어 매니징까지 해주며
스케이트문화 발전에 함께 하게 된다.
이때 당시의 이야기는 영화 독타운의 제왕들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반스는 이 영화에 거금을 투자하면서도 본인들의 브랜드를 정면에 내세우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혹자가 보기엔 돈낭비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마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반스의 파란 어센틱이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스케이터들과 유대관계를 쌓은 반스는
신제품도 스케이터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한다.
70년대 초반 반스는 새로운 모델 스타일 넘버 95를 발매하는데
이 제품을 스케이터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된 반스 최초의 스케이트보드화이다.
스케이터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어센틱의 발목 부분에 패딩을 덧대고
내구성을 위해 더 두꺼운 캔버스를 사용한 #95는 현재 '에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스는 에라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로고 'off the wall' 문구가 들어간 힐탭을 사용했다.
off the wall이란 문구 자체가 스케이터들의 정신을 기린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V자의 끝이 길게 늘어난 플라잉 V 로고는 제임스 반도렌의 아들 마크 반도렌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고를 만들 때 마크 반도렌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다.)
반스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스케이터들을 스폰하고 있으며
꾸준히 스케이트 필름을 제작하고
스케이트보드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 반스는 대회를 위해 개설한 스케이트 파크를 지자체에 기부하기도 하고
겨울철엔 보더들을 위한 인도어 스케이트파크를 오픈해
보더들에게 공간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반스 오렌지 카운티 스케이트파크 나 반스 헌팅턴 비치 스케이트파크는
미국의 스케이트 커뮤니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에 국내에선 이태원에 인도어 스케이트파크가 오픈했었다.)
최근 인기 있는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를 보면
스케이트 보더나 팀이 직접 브랜드를 만든 경우가 많은데
반스는 supreme, fucking awesome, dime과는 그 시작이 좀 다르지만
누군가 내게 반스가 어떤 브랜드냐고 묻는다면 스케이트 브랜드라고 답할 것 같다.
아마 반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뿐만 아니라 반스는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그 영역을 넓혔는데
서핑, bmx, 스노보딩, MTE까지 익스트림 스포츠 기반의 서브컬처에 대한
반스의 '진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culture'
익스트림 스포츠 말고도 반스가 사랑한 문화는 꽤나 많다.
반스는 80년대에 형이었던 폴 반도렌이 회사를 떠나고
동생인 제임스 반도렌이 올림픽에 맞춰 무리하게 라인업을 확장했다가
회사가 파산하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는데
위기의 반스를 살리기 위해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쉬한 폰은
다시금 반스를 일으켜주었던 문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custom'
아마 신발 커스텀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
어센틱에 그림을 안 그려 본 이는 없을 것이다.
커스텀 매니아들에게 반스의 흰 어센틱은 기본 도화지라 할 수 있는데
오더메이드로 시작해 고객의 입맛에 맞는 신발을 제작해 준 브랜드답게
반스는 커스텀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반스는 일찍부터 온라인을 통한 커스터마이징 주문을 받았고
현재도 반스의 클래식한 모델들 대부분이 커스텀 주문이 가능하다.
또 반스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커스텀 디자인 공모전
반스 커스텀 컬처 아트 공모전을 2010년부터 개최하여
청소년들의 미술 교육도 독려하고 있다.
'VANS Warped Tour'
1995년부터 시작된 워프트 투어의 메인 스폰을 맡고 있는 게 반스이기도 하다.
미전역을 돌며 진행되는 뮤직 페스티벌 워프트 투어는 1996년부터
반스가 메인 스폰서가 되며 반스 워프트 투어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세계적인 팝스타부터 무명 뮤지션까지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가하는 워프트투어를
반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여 10대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좋은 뮤직 페스티벌이기도 하다.
워프트 투어를 통해 반스는 밴드 뮤지션들에게도 반스를 신겼다.
서부의 스케이터는 반스
동부의 뮤지션은 컨버스라는
고정관념을 깬 셈이다.
'House of vans'
하우스 오브 반스는 반스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하나의 워크숍이다.
뮤지션들의 공연부터 보더들의 스케이트보딩과 커스텀까지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하우스 오브 반스는 반스 컬처를 담은 종합 선물 세트인 셈이다.
일개 스니커 브랜드의 워크숍이라고 얕봤다간 그 규모와 라인업에 주눅 들 수도 있다.
한국에선 지난 2019년 하우스 오브 반스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ITEM'
앞서 언급했던 어센틱과 에라 말고도 반스를 대표하는 아이템은 많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 보자.
'#36'
1977년 재즈스트라이프와 함께 탄생한 반스 올드스쿨은
명실상부 반스의 대표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컬러로 출시가 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컬러웨이를 갖고 있고 세일도 자주 하기에
누구나 신발장에 하나쯤 갖고 있는 게 바로 올드스쿨이다.
반스는 올드스쿨의 초기 버전인 스타일 넘버 36으로 신발을 출시하기도 하는데
한 때 GD가 신어서 유행했던 모델은
반스 볼트라인의 스타일 36 제품이다.
올드스쿨이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쇼핑이 어렵다면
https://potbadmagazine.tistory.com/56
이 포스팅을 참고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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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erboard Slip-On'
끈을 없앤 스타일의 #98은 올드스쿨에 이어 세상에 나왔다.
슬립온은 특히 체커보드 디자인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체커보드 슬립온은 82년에 개봉한 영화 리치몬드 연애소동에 노출되며
미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구매하려면 2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모델이 되기도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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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Cab'
프로 스케이트 보더이자 반스와
오랜 역사를 함께한 스케이터 스티브 까발레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하프캡은
스케이트보드화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신발이다.
1989년 반스와 까발레로의 협업으로 탄생했던 풀캡의 발목 부분을
보더들이 잘라서 신는 걸 목격한 까발레로는
하프캡을 탄생시켰고 하프캡은 지금까지도 많은 보더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참고로 작년에 하프캡 출시 30주년을 기념하여 까발레로 님이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colab'
반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다양한 콜라보 제품들인데
슈프림과의 콜라보를 통해 첫 포문을 연 반스는
현재까지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선보이고 있다.
몇몇 콜라보 제품들은 높은 리셀가를 자랑하기도 하고
이런데 하고도 콜라보를 한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스의 콜라보 대상은 상당히 광범위 한 편이다.
참고로 반스는 현재 VF그룹 산하의 브랜드인데
VF가 슈프림을 인수하며 반스의 다양한 콜라보는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nd'
역사 오래된 많은 브랜드가 그러하듯
반스는 파고들수록 재미가 있는 브랜드다.
made in usa의 빈티지 반스를 파는 매니아들도 있고
닳아버린 자신의 반스를 책장에 꽂아서 보관하는 보더들도 있다.
반스는 누군가에겐 스케이트 트릭을 위한 신발이고
누군가에겐 자신의 세상을 펼치는 흰 도화지이다.
또 누군가에겐 파워 리프팅을 위한 신발로 애용되기도 한다.
여러분들은 반스의 고무창으로 어떤 스트릿을 걸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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